육군 정보보호병 서류 합격 후기 with. 병과 선택 팁

국방부 또는 각군 공식 의견, 군사정보 및 기밀과는 무관한 내용임을 알립니다.

들어가며

2021년도에 육군 정보보호병 서류 합격까지 겪은 시행착오를 다룹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최종합격해서 육군본부에서 정보보호병으로 복무 중입니다.

이미 많은 곳에서 정보보호병 합격을 위한 꿀팁을 올려서 저는 개인 경험 위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정보보호병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군 지원 과정에 대한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여 관련 정보도 함께 남겨 봅니다.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IT 분야 전공자의 시선에서 작성했음을 말씀드립니다.

정보보호병

정보보호병의 주 임무는 사단-군단-기능사-작전사-육본급 제대에서의 군 네트워크 관제입니다. 국방부 직할 기능사령부나 본부급 제대에서는 최종합격 이후 따로 차출하기도 하며, 나머지는 T/O가 나는 대로 랜덤하게 배치됩니다. 사이버방호실이나 전산실에 정보보호병 자리가 나면 최종합격 이후 배치되는데 워낙 다양한 부대에서 T/O를 내다 보니 기수에 따라 가는 부대가 제각각입니다.

정보보호병은 망혼용이나 해킹 위협으로부터 군 자산을 지키는 상시 관제 작전에 투입됩니다. 물론 나무위키를 읽거나 여러 썰을 들어보면 인간 커피머신 내지는 콜센터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건 제대 규모에 따라 많이 다릅니다. 훈련 및 작업 여부, 복지, 업무 내용, 강도 모두 케바케입니다. 정보보안 분야 전공자라면 화이트햇 컨테스트  국방트랙, 사이버 보안 경진대회 참가, 관제 업무 경험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생각보다 프로그래밍을 할 일도 많이 생겨서 컴퓨터공학과 등 간접 관련 분야 전공자분들께도 도움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BoB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등 각종 연수 프로그램 수료생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군 지원

군 지원은 운이 크게 작용합니다. 각종 대회를 휩쓰는 실력으로 서류탈락하기도 하고, 관련 경험 하나 없이 붙기도 합니다. 또 제대에 따라, 시기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뀝니다. 그러니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위험합니다.

운과 동시에 정보 싸움이기도 합니다. 정보 수집은 리스크를 줄여 원하는 병과에 합격할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하시길 권합니다.

군대영장, 내 인생의 위기

즐거운 대학 생활도 잠시, 신검을 받고 영장이 오면 군 복무를 앞두고 있다는 현실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남의 일로만 여겨졌던 군 문제가 어느 정도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웃기게도 그 많은 건장한 남성들을 제치고 신검은 1급이 나왔습니다.

당시 2021년, 대학 2학년이 끝나던 시기라 슬슬 군 지원을 준비할 때가 됐음을 직감했습니다. 그래서 짬 나는 대로 어디로 지원하면 좋을지 알아보곤 했습니다. 군 복무 기간 동안 훈련이니 뭐니 하면서 전공 학습이 단절될 것이 영 불안해서, IT 분야 보직으로 배치되면 이런 문제에서 좀 자유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시기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1년 6개월이라는 기간은 소마에 BoB까지 할 수 있는 기간이므로 기왕이면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IT 관련 전공자의 병과 선택

군 지원 형태를 크게는 모집병과 징집병으로 구분합니다.
모집병은 병과를, 징집병은 입대 시기를 선택합니다. 즉 모집병은 모집 당시 병무청에서 정해 주는 입대 시기에 맞춰 들어가며, 징집병은 원하는 입대일자에 들어가되 병과 선택은 육군훈련소 혹은 사단 신병교육대에서의 상담 및 면접 결과, 자격증 보유 현황, 스펙 등에 의해 결정됩니다. 당시 저는 징집병으로 입대하면 아무래도 어떤 병과에 배치될 지 알 수 없으므로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해 모집병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배치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있다 한들 반드시 관련 보직으로 복무할 거라는 확인은 없기 때문입니다.

모집병 종류도 여러 가지인데, 저는 전문특기병기술행정병에 주목했습니다. 전공 관련 업무를 맡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전체 - 이달의 모집계획 - 모집안내서비스 - 군지원(모병)안내 - 병무청

군 입대를 앞둔 IT 분야 전공자 분들이시라면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실 겁니다. 아직 어떤 병과로 지원할지 고민 중이신 분들을 위해 추천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개발 및 보안 외에 일반 행정이나 영상 제작 등의 병과도 포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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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에 따라 모집하지 않는 병과도 있으니 병무청 홈페이지의 이달의 모집계획 공지를 꾸준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IT 분야 기술행정병

군사특기임무 및 설명 - 기술행정병 - 육군 - 안내 및 지원절차 - 모집안내서비스 - 군지원(모병)안내 - 병무청

병과가 다양한 만큼 경쟁률도, 복무 환경도 제각각입니다. 이 중 운용/정비 계열 병과는 장비를 직접 운용하고 정비하는 작업을 모두 수행하므로 현장에서 작업을 뛰는 경우가 많지만 많은 인원을 한 번에 모집하므로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정비 계열은 운용/정비 계열에 비해 업무 강도가 약하다는 인식이 있어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아래 목록의 대부분은 후반기 교육을 거칩니다.

지원은 지망 병과를 지정하는 식으로 이루어지며 2지망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2지망으로 지원한 병과는 1지망 병과에 비해 같은 점수를 받더라도 합격할 확률이 떨어집니다. 1지망에서 밀려 2지망 병과의 합격 유무를 산정할 때, 자신의 2지망 병과를 1지망으로 선택한 지원자들에게는 다소 밀리게 됩니다.

  • 151.101 군사정보
  • 151.102 심리전
  • 152.101 신호정보/전자전운용
  • 152.102 전자전운용
  • 153.101 감시장비운용
  • 154.101 보안
  • 156.101 드론운용및정비병
  • 171.102 무선전송장비운용/정비
  • 171.103 무선장비운용/정비
  • 171.104 이동통신장비운용/정비
  • 171.105 정보통신망관리장비운용/정비
  • 171.106 영상음향장비운용/정비
  • 171.107 교환시설운용/정비
  • 171.108 기록통신장비운용/정비
  • 172.101 M/W운용/정비
  • 172.102 위성운용/정비
  • 173.101 암호운용
  • 175.101 네트워크운용/정비
  • 175.102 전술C4I운용/정비
  • 175.103 정보체계운용/정비
  • 223.101 유선장비정비
  • 223.102 기록통신장비정비
  • 223.103 무선장비정비
  • 223.108 보안장비정비
  • 223.104 다중무선장비정비
  • 223.106 특수통신장비정비
  • 223.107 전자전장비정비
  • 223.108 보안장비정비
  • 311.101 일반행정
  • 341.102 영상제작

IT 분야 전문특기병

군사특기임무 및 설명 - 전문특기병 - 육군 - 안내 및 지원절차 - 모집안내서비스 - 군지원(모병)안내 - 병무청

전문특기병은 이름에 걸맞게 특수한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병과 유형입니다. 어학병, 지식재산관리병 등 관련 분야의 석사 이상 학위 등 높은 학력 수준을 요구하는 병과가 많습니다. 요구 학력이나 경쟁률, 혹은 둘 다 높습니다. 높은 제대나 기능사령부, 각종 기행부대에 배치될 확률이 높습니다.

IT 분야 전공자분들은 대부분 S/W 개발병이나 정보보호병을 선택합니다. S/W 개발병은 모집 인원수가 매우 적으며 모집 주기도 깁니다. 대략 6개월에 1~3명 뽑는 정도입니다. 근무 여건이나 업무 내용 때문에 인기가 많아 고학년, 고스펙 지원자가 많고, 따라서 경쟁률이 높습니다. 제가 지원했을 당시 경쟁률이 1:30 내외였습니다. 정보보호병은 3개월 주기로 40~80명 정도 모집하여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그래도 최종 합격까지 고려했을 때 1:8 정도의 경쟁률을 보입니다.

한 번에 한 가지 병과만 지원할 수 있으며, 기술행정병 등 타 유형과 중복해서 지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전문특기병을 지원할 때는 조급해지지 않을 상황에, 필요하다면 여러 번에 걸쳐 지원할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 152.101 신호정보/전자전운용
  • 156.101 드론운용및정비병
  • 161.248 지형자료관리병
  • 175.104 정보보호병
  • 175.105 S/W개발병
  • 341.335 영상콘텐츠디자이너
  • 341.336 그래픽디자이너

SW개발병에 지원해 보았지만...

사실 SW 개발병으로 복무하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군 복무와 함께 웹 개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최고의 병과이기 때문입니다.

지원 경험도 쌓고 확률도 높여볼 겸 육군 SW개발병에 지원해 보았으나 서류에서 1등 차이로 탈락했습니다. 사실 2차까지 턱걸이로 간다 한들 기껏해야 1~3명 정도 선발하는 개발병 특성상 면접에서 뒤집기도 어렵습니다. 21년 2월쯤에는 해군 교육사령부 SW개발병에 지원했었는데, 면접에서 보기 좋게 탈락했습니다. 당시 Unity 위주로 개발할 때라, 웹개발 스펙이 전무했던 것도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게다가 하필 제가 지원할 때부터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가산점이 사라졌군요?

여러 모로 개발병 지원에는 악재만 있어서 개발병 접수 마감 직전까지 고민하다 결국 개발병 지원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개발병에 지원하면 비슷한 시기에 모집하는 정보보호병 모집 기회조차 놓쳐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정보보호병, 합격할 수 있을까?

물론 정보보호병이라고 쉽게 붙을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저는 정보보안 분야는 전혀 공부하지 않았으므로 관련 경험도, 지식도 없었습니다. 지원 당시 제 상태를 돌아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서류 평가라는 산을 넘어야 했기에, 점수를 얻을 수 있을 요소를 찾아 보기 시작했습니다.

  • 컴퓨터공학과 3학년 재학
    3학년 정도면 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므로 나쁘지 않습니다.
  •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11기 수료
    개인적으로 가장 높은 성과지만, 정보보호병에는 BoB 가산점만 있습니다. 면접에서는 도움이 될 겁니다.
  • Unity 개발 프로젝트 진행 경험
    소마, 행복한 다람쥐단 인턴, 개인 프로젝트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보안 관련 분야인 정보보호병 지원에 메리트는 전혀 안 됩니다.
  • IT 동아리 부회장 및 동아리 내 교육 활동 진행
    특기 및 자기소개란 정도에는 적을 수 있겠습니다.
  • COS Pro C++ 1급 자격증
    YBM 주관 자격증입니다. 21년 초 개발병 지원을 위해 땄습니다. 개발병 외 병과에는 점수가 없습니다.
  • SW코딩자격 2급
    혹시나 해서 COS 자격증과 함께 땄습니다. 점수 반영 여부는 COS와 같습니다.
    어차피 중복 적용이 안 돼서 개발병에 지원하더라도 급수가 더 높은 COS Pro만 들어갑니다. 결국 점수 되는 자격증은 없네요.
  • 보안 대회, 활동 내역 없음
    모르는데 어떻게 해요
  • 대한검도회 1단
    ?

결국 아무리 찾아봐도 점수를 낼 만한 요소는 없었습니다. 포기해야 하나 하고 걱정하던 때...

희소식, 그리고 베팅

정보를 긁어 모으던 중 마침 정보보호병 서류평가 과정이 크게 바뀐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보안 동아리 활동, 대회 참여 점수가 제외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확률이 크게 늘었습니다. 제가 지원할 때부터 개발병 소마 가산점이 없어지는 악재가 생기더니, 이번에는 마침 제가 지원할 때 희소식이 생기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관련 활동이 많은 분들 입장에서는 손해겠죠.

물론 정보보안 직접 관련 학과 학생이나 관련 자격증 보유자에 비해 밀리는 게 현실입니다. 결국 안 되면 기술행정병으로 가자는 마음으로 정보보호병에 지원했습니다. 그래도 개발병보다는 확률이 높았고, 신호정보병보다는 어떤 업무를 하는지 알기 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큰 의미는 없다지만 가진 자격증을 모두 포함했고, 제 경험을 특기 및 자기소개 란에 자세히 기록했습니다. 마침 SW개발병 지원 당시 써 둔 게 있어서, 서류 지원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당시 40명 선발이었고 서류는 2배수였으므로 1차에서는 80명이 붙게 되는데, 벌써부터 경쟁률이 1:3.4 정도 됐습니다. 어차피 남은 것은 기도하는 일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저는 대학 생활에 집중했습니다.

서류 지원

서류 합불을 가르는 가장 큰 요소는 학년관련 자격증입니다. 학년이 낮아 떨어져도 낙심하지 마시고 차분히 다시 지원할 기회를 잡으시기 바랍니다. 보안기사 계열  자격증이 있으면 최고지만, 없다면 상대적으로 쉽게 취득할 수 있는 네트워크관리사 2급 등의 자격증에 도전하시길 추천합니다. 근데 저는 깜빡 잊고 접수 시기를 놓쳐버렸네요. 결국 점수 얻는 자격증 없이 지원했습니다.

지원 기간 내 유효한 재학증명서가 필요하며, 자격증의 경우 사본을 첨부합니다. IT 직종 경력 정보, BoB 연수 내역, 소마 수료증 등 자신의 경험 내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모두 입력하시면 됩니다.

특히 특기 및 자기소개에 쓰신 내용은 서류평가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될지 몰라도 면접에 도움이 되므로 자신의 경험을 간략하게, 스스로의 장점과 함께 어필하시기 바랍니다. 여타 자기소개서와 같이 두괄식으로, IPS, IDS 등의 보안 장비, 사이버 공격 기법, 가까은 시일 내 발생한 사이버 이슈 등을 정보보호병에 지원하게 된 이유 혹은 자신의 경험과 엮어서 서술하시면 좋습니다. Git이나 블로그가 있다면 볼 지는 모르겠지만 경험과 자신감을 동시에 어필하기 좋습니다.

바로 제출하지는 마시고, 며칠 동안 살펴 보면서 잘못 기입한 내용은 없는지, 추가할 건 없는지 차근차근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서류 결과 발표

바쁜 대학 생활로 거의 잊힐 때쯤 병무청에서 알림톡이 왔습니다. 설렘 반 낙담 반 하는 마음으로 결과를 확인했고, 결과는 놀랍게도 1차 합격이었습니다.

등수는 2배수인 80명 중 66등. 거의 턱걸이로 붙은거나 다름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자격증 시험을 안 본 게 영향이 좀 컸나 봅니다. 안 떨어진 게 어디냐 하는 안도감과, 면접과 필기 시험에서 역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솔직히 부담이 더 컸습니다. 경쟁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연이은 개발병 지원 탈락으로 여유도 자신감도 거의 사라져 있을 때라, 이번에도 괜히 힘만 빼고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습니다. 납득할 수 있는 등수였지만, 동시에 1차 합격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등수를 보시고는, "안 돼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후회 없게 해라"라며 응원과 낙담이 서로 반쯤 섞인 격려를 해 주셨습니다. 당시 저는 이미 기술행정병 지원 과정까지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마치며

면접과 시험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다루겠습니다. 정보보호병, 군대 지원, 군생활 등 다양한 문의는 본문 아래 Disqus 댓글이나 메일(12191579@inha.edu)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규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병역을 앞둔 예비 용사님들께 응원의 말씀 전합니다.